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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추천 - 선형적 서사 구조를 거부한 추리게임 <Her story>, <Return of the Obra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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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VEe7B529 댓글 0건 조회 8회 작성일 20-07-0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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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식당 안, 은행강도 커플 펌프킨과 허니 버니는 음식을 먹으며 식당을 털어버릴 계획을 세운다. 자신들이 강도임을 밝히며 식당 안의 사람들을 향에 총구를 들이미는 순간, 이야기는 보스의 명령을 받아 빼앗긴 가방을 되찾고자 하는 청부살인업자 줄스와 빈센트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연출한 영화 <펄프 픽션>의 오프닝이다. 별다른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영화가 전개됨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서서히 드러난다. 그런데 얽혀있는 것은 이들의 관계만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는 시간의 흐름 역시 뒤섞여 있다. 등장인물들이 직접 움직이지 않더라도 영화의 무대가 저절로 오가며, 죽음을 맞이한 인물은 몇 개의 에피소드 다음에 등장해 멀쩡히 대사를 치기도 한다.


게임추천 - 선형적 서사 구조를 거부한 추리게임 <Her story>, <Return of the Obra Dinn>
영화 펄프 픽션에 등장하는 청부살인업자 줄스(좌)와 빈센트(우) 

분명히 사건의 시간대로 보자면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는 이야기의 마지막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간의 편집은 이야기의 결말을 이미 아는 관객들이 영화의 주제 의식을 더욱더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펄프 픽션은 1994년 개봉되었을 당시 독특한 연출과 서사를 통해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제47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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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 픽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1994) 


2000년에 개봉한 영화 <메멘토>는 영화 <다크 나이트 시리즈>, <인셉션> 등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으로,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겪고 있는 전직 보험수사관 레너드 셀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는 단기 기억상실증으로 인해 10분이 지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이는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키워드이다. 레너드 셀비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기 위해 온몸에 문신을 남겨야 하지만 관객들은 그렇지 않다. 이것이 치명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이야기의 전개가 정방향으로 흘러간다면 레너드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완전한 타자의 입장에서 극을 바라보게 된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 영화들과는 구분되는 서사를 전개한다. 메멘토는 20여 개의 시퀀스를 흑백으로 진행되는 과거와 컬러로 진행되는 현재로 나눈다. 올바르게 재생되는 과거와 시간을 거슬러 재생되는 현재, 두 이야기는 교차로 진행되며 서로에게 다가간다. 관객 역시 이야기의 결말(영화상에선 처음 시퀀스)을 보고도 사건의 진실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10분 전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과 동등한 위치에 놓이게 되고, 이는 영화를 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기억의 조각이 비어있는 관객들은 끊임없이 전후 상황을 추리할 수밖에 없고, 교차하는 두 플롯이 중간에서 만나는 순간 그동안 쌓아 올린 전개는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게임추천 - 선형적 서사 구조를 거부한 추리게임 <Her story>, <Return of the Obra Dinn>
메멘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2000)


위 영화들과 같은 독특한 서사구조는 영화뿐 아니라 게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플레이어가 특정 목표를 수행하도록 이끄는 것이 게임의 특징인 만큼 이러한 전개방식은 미스테리한 사건의 전말을 파악해야 하는 추리게임과 잘 어울린다.

그렇다면 게임 전개에 있어 비선형적 서사구조는 어떠한 효과를 가져왔을까? 이러한 서사구조를 작품 속에 녹여놓은 게임<허 스토리>와 <오브 라 딘 호의 귀환>을 살펴보자.


영상 속 그녀의 이야기를 관찰하는 게임, Her Story
-플레이어가 완성하는 비선형적 서사구조


2015년 6월 24일 출시한 Her Story(이하 허 스토리)는 게임 <사일런트 힐: 섀터드 메모리즈>의 제작자 샘 바로우가 개발한 인디게임으로,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로 촬영한 동영상을 활용하는 FMV(Full Motion VIdeo) 방식을 채택했다.

허 스토리, 2015년 6월 24일 출시, 가격: 10,500원 -> 1,050원



오래된 경찰 데이터베이스 영상에는 살인 혐의로 조사받는 한 여성의 취조 영상이 담겨있다. 자신을 해나라 소개한 그녀는 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하는데, 플레이어는 증언이 담긴 영상들을 재생하여 사건의 진상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증언들은 시간순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며, 키워드를 검색하더라도 키워드에 대한 영상은 5개까지밖에 출력되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부분의 진술을 듣기 위해서는 검색 결과를 좁힐 수 있도록 더욱 정교한 단어를 입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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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에는 해나의 진술들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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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창에 'Murder(살인자)'를 입력한다면, 해나가 Murder를 언급한 영상들이 출력된다. 



허 스토리는 편안한 스토리텔링을 거절한다. 이 게임은 절대로 플레이어가 원하는 것을 떠먹여 주지 않는다. 영상들을 살펴보며 검색할 키워드를 찾아낼 관찰력과 메모와 펜을 들고 진행 상황을 기록하는 근성이 없다면 진실에 더 이상 다가갈 수 없다. 그나마 자신이 몇 번째 영상을 봤는지 기록해주는 데이터베이스가 존재하긴 하지만 후술할 오브라 딘 호의 귀환처럼 중간중간의 추리 상황을 체크해줄 시스템도, 결론 내린 사건의 진실이 맞는지 확인해줄 답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잠시 비교해보자. 추리 장르의 게임은 아니지만 락스테디 스튜디오의 아캄 시리즈는 스페이스 키만 누르고 있으면 DC코믹스 최고의 탐정 배트맨이 알아서 사건을 정리해준다.



게임추천 - 선형적 서사 구조를 거부한 추리게임 <Her story>, <Return of the Obra Dinn>물론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범인의 정체를 고민할 시간에 한 명의 범죄자라도 더 잡아 족치는 데 혈안이 되어있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은 빠른 전개에 도움이 된다. 배트맨 아캄 오리진(2013)



추리 게임 <역전재판 시리즈>나 <단간론파 시리즈>는 상대방의 발언 중 모순되는 부분을 찾아 올바른 증거품을 제시해야한다. 이는 컴퓨터가 논술형 시험문제 답을 매기는 교수님이 아니니 답을 주관식으로 할 수도 없고, 번호가 달린 객관식으로 내자니 몇 번 찍어보면 답이 나오는 상황에서 취한 최적의 정답 제출 시스템이다. 플레이어가 답을 맞히고 나면 게임 속 주인공은 이에 대한 상세한 풀이를 주변인들에게 설명하며 이야기를 계속 진행해나간다.

만들기 귀찮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허 스토리는 이런 시스템들을 일체 배제한다. 게임 속 인물과 상황을 직접 취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게임 속 플레이어가 설명해줄 사람도, 물어볼 사람도 없으니 나의 이야기는 진행되지 않는다. 애초에 이 게임은 20년전 수백개의 영상 속에 뒤섞여 담긴 '그녀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백개에 달하는 영상 속에서 사건의 진실을 찾아내야하는 사람은 게임 속 천재 탐정이 아닌 플레이어 자신이다.



게임추천 - 선형적 서사 구조를 거부한 추리게임 <Her story>, <Return of the Obra Dinn>
컴퓨터 게임 속 컴퓨터 화면을 조종한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허 스토리(위)와 스탠리 패러블(2013)(아래)


허 스토리는 특유의 키워드 검색 시스템을 활용한 덕분에 100명이 게임을 플레이하더라도 100명 모두 제각기 다른 순서로 이야기를 받아들인다. 계속해서 단서를 찾고, CG가 아닌 실사 동영상을 통해 게임에 적극적으로 몰입한 플레이어가 스스로 비선형적 서사구조를 완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셈이다.



실종되었던 선박의 운명을 밝혀내는 게임, Return of the Obra Dinn
-회중시계를 통한 기승전결 구조의 파괴

Return of the Obra Dinn(이하 오브라 딘 호의 귀환)은 2018년 10월 19일에 출시된 게임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게임 'Paper Please'(로컬라이징 명: 동무, 려권내라우)의 개발자 루카스 포프가 5년 동안 개발한 작품이다.



오브라 딘 호의 귀환, 2018년 10월 19일 출시, 가격: 20,500원 -> 15,370원



게임의 주인공은 19세기 동인도 회사 런던사무실의 보험조사원으로, 4년 전 행방불명 되었다가 홀연히 등장한 상선 오브라 딘 호에 있었던 진실을 밝혀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행방불명되었다는 표현에 걸맞게 인기척은 코빼기도 찾아볼 수 없으며, 그나마 널브러져 있는 몇 구의 시체는 말이 없다. 사건을 해결할 열쇠는 의뢰인에게 받은 회중시계로, 대상이 사망했을 당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능력이 있다. 플레이어는 신비한 힘을 가진 회중시계를 통해 배에 승선했었던 60인의 운명을 밝혀야 한다.



게임추천 - 선형적 서사 구조를 거부한 추리게임 <Her story>, <Return of the Obra Dinn>
시체의 사망 시각과 주변 상황을 알려주는 회중시계


승선했던 인물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과 직책을 포함한 이름 목록을 손에 쥔 플레이어는 대화를 들으면 인물들의 정체를 쉽게 유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게임의 난이도는 절대로 쉽지 않다. 회중시계의 기록 속에 대상의 직책이나 이름을 명확히 불러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상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물의 복장은 물론 말투, 행동거지, 출입장소, 동행하는 사람까지 주도면밀하게 관찰해야 하며 때로는 소거법을 통해 인물을 특정하거나 사고의 비약을 통해 정체를 추론해야 한다.

오브 라 딘 호의 귀환은 챕터 1 느슨한 화물에서부터 챕터 10 최종장까지로 구성되어있다. 그러나 위 소개에서 설명했듯, 플레이어가 처음 맞이하는 기록은 게임의 마지막인 최종장이다. 이야기의 끝에서 미쳐버린 듯한 사람과 그를 제지하려는 사람들, 최종장의 강렬한 연출은 단순간에 플레이어들을 휘어잡고 사건의 진실을 추리하도록 유도한다.



게임추천 - 선형적 서사 구조를 거부한 추리게임 <Her story>, <Return of the Obra Dinn>플레이어가 처음 마주하는 죽음의 기억, 그러나 이는 이야기의 최종장인 챕터 10의 첫 번째 죽음이다. 


챕터 8 협상 파트의 내용은 이전까지의 진상을 전부 파악하기 전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챕터 8을 제외한 모든 챕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운명을 맞추었을 경우 그 내용을 감상할 수 있는데, 쿠엔틴 타란티노가 펄프 픽션에서 보여준 것처럼 기승전결의 흐름을 굳이 따라가지 않더라도 플레이어는 협상 파트를 통해 한 편의 이야기가 완결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게임의 단점이라면 직관적이지 않은 1비트 그래픽 덕분에 사건 현장을 보고도 이것이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사건 현장을 더욱 집중해서 보게 되고 이후 게임 특유의 그래픽에 적응한다면 재미를 배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자신이 정말 재밌다고 생각한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줬다가 멋쩍은 반응으로 돌아왔던 경험을 떠올려보자. 본인의 유머 감각이 독특한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이야기의 재미를 온전히 살려 전달하지 못한 경우이다(만약 그런 것이 아니라면 인터넷에서 배꼽 잡는 특급 유머를 검색해 공부하자).

좋은 이야기만큼 중요한 것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허 스토리와 오브라 딘 호의 귀환은 비선형적 서사구조를 통해 플레이어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물론 이는 훌륭한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 게임 모두 손 컨트롤이 먹히지 않다 보니 다크 소울 시리즈를 밥먹듯이 깨는 유저들에게도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공략집을 본다면 사건이 순식간에 해결되겠지만 이는 개봉을 기다리던 영화의 반전요소를 미리 보는 것 만큼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개그우먼 장도연은 얼마 전 한 방송에서 메멘토의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영화를 5번이나 봤다고 밝혔다. 결국 해석본을 찾아보긴 했지만, 도전정신을 불태우며 시도한 5번의 관람은 본인에게 있어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그동안 뻔하고 식상한 이야기에 질렸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잠자고 있던 회색 뇌세포를 깨워보는건 어떨까.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2813059&memberNo=21859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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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작성했던 글인데, 이번 스팀 여름 세일에서 두 게임을(특히 허 스토리는 90%) 세일하길레 가격을 바꾼 소개글을 다시 작성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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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영화로 짚어보는 극단적 성과주의 - <리갈 던전>, <나이트 크롤러>

https://www.fmkorea.com/2926555559


[미디어의 이해] 스팀게임 규제논란은 56년 전에 예견되었다

https://www.fmkorea.com/2965787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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